‘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인원 선발로 인해 당사의 전형에 불합격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가슴이 덜컥 하지 않으셨나요? 혹여 당신을 벼랑으로 떠밀어낸 것 같았던 어떤 회사를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들었으면 익숙해질법도 했을텐데, 그럴 수가 없었던 날카로운 문장이었을테죠. 누구를 탓하셨었나요? 뽑았더니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놈이었나요? 아니면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 이기적인 기업이었나요. 그 것도 아니라면 준비된 질문을 두고 하필 어려운 질문을 했던 면접관? 아니다. 운도 없지. 나를 움츠리게 하던 옆 지원자 놈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문장으로, 말로 또는 행동으로 다가오는 타격기에 회피를 잘 시전했다고

생각했는데(←→↘↓+A C) 왜 HP는 닳았던건지, 왜 MP는 소모가 된건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속이 풀릴때까지 욕을 해보거나, 내일이 없는 음주를 해보거나, 트레드밀 속도를 올리거나, 바벨을  추가해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미친듯이 게임을 하는 것들보다도 누군가의  위로 한마디가 낫다는걸 깨달을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자책이 얼마나 무서운 감정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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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기심, 태도, 경청


호기심 : 다양한 세상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씩 차근차근 장면을 만드는걸 좋아해요. 경험해보지 못한 것들에 대한 궁금증을 항상 가지고 있고 해소하고 싶어합니다. 

 

태도 : 저는 일을 잘한다고 생각해본적이 단한번도 없어요. 오히려 못한다고 생각했었습니다. 매번 배우려고 하고 다른 잘 모르는 부분들을 따로 적고 질문하는 편입니다. 

 

경청 : 제 이야기를 하는 것보다 듣는걸 좋아합니다. 특히 개발 지식이나 디자인 지식은 더욱이 그렇습니다. 듣다보면 할일들이 정리되기도 합니다.

 

우선 저는 그림을 잘 찾아요. 광고업계에서 자주 쓰는 표현인데, 주제에 맞는 자료를 잘 찾는다는 뜻이에요.

어릴 적 ‘정보검색 대회'에서 종종 수상한 걸 보면 저의 특화된 능력인 듯합니다. 디자인 자료부터 타 업체 사례 조사, 서비스 장애 사과문, 사용자 피해 보상 예시까지 광범위한 분야의 그림들을 잘 찾아내는 편입니다. 대개 사용자들은 ‘익숙함'을 편안하다고 느낍니다. 그래서 제 일의 시작은 ‘익숙함'을 찾아내는 것 그리고 더 나은 방향을 발전시키는 일련의 과정을 거칩니다.

 

두 번째로는 빠른 피드백이에요. 피드백을 주고받는 행위는 스포츠 중 ‘탁구'와 비슷해요.

  1. 공을 빠르게 주고받을 것
  2. 정확한 위치로 공을 던질 것

팀원들의 피드백에 감사 표현을 빠르게 답변해요. 이모티콘을 사용해서 표현에 감정을 섞어줘요. 그리고 상대의 의견을 정확히 파악하고 빠르게 가시화하여 전달합니다. 빠르고 정확하게 공을 넘기는 만큼 상대방도 그에 파생된 의견을 줄 확률이 커져요. 우리의 랠리가 이어지는 만큼, 완성도 있는 결과물이 나옵니다. 가끔 산으로 가는 결과물도 괜찮아요.

이 플레이로 상대와 나의 팀워크가 끈끈해지거든요.

 

마지막으로 질문을 자주 해요.

이해를 못 했을 때는 물론, 잘 이해한 건지 확인받고 싶을 때도 물어봅니다. 논점이 흐려지거나 회의가 길어질 땐 질문으로 한번 정리를 하고 상대 의견의 결점을 유하게 짚을 때도 질문의 힘을 빌립니다. ‘질문'이란 도구로 제 의견을 표현했을 때 상대방이 열린 자세로 포용하는 느낌이 들어요. 또 우리 뇌로 유입되는 다량의 정보들을 걸러주는 필터가 되기도 하고 질문한 사람과 답한 사람 모두에게 잊히지 않는 북마크 역할을 해주더라구요.

 

제가 잘 하는 일을 단 세 가지로 꼽기가 생각보다 어렵네요. 왜냐하면, 저는 무슨 일이든지 잘 할 수 있을거라는 마음가짐이 크기 때문인데요. 사실은 못하는 것들 투성이지만, 사랑을 많이 받으면서 자라서... 자존감이 꽤 높은 편이라 그런 것 같아요. 수많은 일들 중에서도 특히 제가 좋아하는 일이라면, 그 분야의 일을 정말 열정적으로 잘하고 싶어하게 되는데요, 어렵더라도 즐기면서 일하다보면, 결국에는 그 일을 나름 잘하게 되는 것 같아요. 완벽주의적인 제 성향도 한 몫 하는 것 같고요!

 

그렇게 주변으로부터 인정받을 정도로 나름 잘 하게 된 일들 중에 직업적으로 세 가지를 꼽자면, ‘보컬트레이닝, 음악제작 및 연주, 영상제작’ 이 세가지가 되겠네요!

 

정신적으로도 세 가지를 꼽자면, ‘장인정신’, ‘서비스정신’, ‘근면정신’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이력서 쓰는 느낌이네요...ㅎㅎ). ‘장인정신’은 무엇이든 프로페셔널한 기준을 가지고 임하는 정신인데요, 소위 예술가/교육가 기질이라고도 부를 수 있을 것 같아요. 이 정신 덕분에 무슨 일이든지 하다보면 전문성을 띄게 되고, 그만큼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것 같아요. ‘서비스정신’은 쉽게말해 이타적인 희생정신인데요, 제가 이타적이라고 말하기 보다... 남을 위해 희생하면 그만큼 사람의 마음을 얻을 수 있고, 그것이 보람차기도 하고, 내게 다시 돌아오기도 하는데, 그것이 관계적으로 좋다보니 가지게 된 정신인 것 같아요. 물론 호구는 되기 싫습니다!ㅋㅋ 여기에 저의 평화주의적인 성향까지 더해져서, 사람(고객)을 상대하거나, 어떠한 조직에서든지 중간관리자 역할을 잘 맡을 수 있겠더라고요.

 

마지막 ‘근면정신’은 제가 막 성실하다기보다… 책임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지라 소속된 곳의 책무로 인해서 어떻게든 움직이게 되는데, 그게 근면으로 이어지는 것 같아요.

 

이상 저의 자랑이었습니다… 하하! 이 질문 덕분에 제 장점을 돌아보게 되네요! 감사합니다.

 

일적으로 필요한 역량과 태도에서 제 삶과 연결하는 포인트를 찾는 것을 좋아합니다.

지금하고 있는 일에서도 여러가지 제 삶속에서 나오는 가치들을 연결시켜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디자이너로서 첫 월급을 받은 건 2012년.

뒷자리 숫자가 바뀐 2021년 지금, 저는 어느덧 10년차 디자이너입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 이 일을 좋아합니다.

‘만약 옛날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디자이너를 할꺼야?’ 라는 친구의 물음에

‘무조건 할 것 같은데?’ 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거든요.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제 일에 대한 확신이 분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스스로의 디자인 철학이 분명해요.

  1.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한다.
  2. 사용자의 고민을 해결하거나 줄여주는 방향으로 디자인한다.

업무시간 대부분을 사용자 패턴을 분석하고 개발자와 기능 구현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보냅니다.

실제 디자인을 하는 시간은 그에 절반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늘 저 철학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는 저에게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꽤나 위안이 됩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으로 문제 해결하는 행위를 좋아해요.

가끔 팀 내부에서 해결 못 한 문제가 여러 팀을 거쳐 결국 저에게까지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히죽.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면, ‘처음부터 여기로 물어볼 걸!'하는 답을 듣는 것도 너무 좋아요.

씽크빅한 답변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는  ‘디자인'으로 일을 해결하는 행위가 짜릿할만큼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요.

일을 좋아하는 만큼 진심으로 접근하게되고 그런 태도는 결국 ‘인정'을 받게되더라구요.

꼭 타인이나 외부를 통한 인정이 아니어도 좋아요.

‘정말 열심히했다', ‘출시는 미뤄졌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봐서 좋았어'라고 나 자신을 인정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든요.

그래서 ‘일’ 이야기할 땐 누구보다 자신감이 생겨요.

 

물론 기대감 충족에 대한 부담,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정 관련 스트레스도 심하죠.

업계 트렌드는 또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대학교 4년동안 사용했던 프로그램은 전혀 쓸 일이 없고 새로운 툴과 기술로 새로 습득해야했어요.

그럼에도 이 일이 주는 확고함, 안정감, 자존감이 전 너무 좋아요.

 모든 인간은 행복을 위해 살아간다고 하죠? 저도 그렇습니다. 행복을 위해 부단히 살아가고 있지요. 제가 생각하는 행복이란 무엇일까요? 저는 행복을 '만족스러운 상태'로 정의하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저를 만족하게 할까요? 바로 '사랑'과 '일'입니다. 하나 더 추가하자면 '쉼'을 더할 수 있겠네요. 이 세 가지가 저를 만족하게 하더라고요. 다시 말해 이것들을 통해 제가 행복해질 수 있더라고요.

 

 그런데 저에게 이 세 가지는 서로 떼어낼 수도 없는 것 같아요. 사랑을 위해 일하거나 쉴 수 있고, 일을 위해 사랑하거나 쉴 수 있고, 쉬기 위해 일하거나 사랑할 수 있으니까요. 어느 것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게 없네요!

 

 저에게 일이 필요한 이유는, 일을 통해서 제가 행복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는 순수한 것들을 좋아한다. 늘 솔직하고 투명한 엄마,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 어린 아이들의 순진한 애정을 겪을 때면, 꼭 나도 세상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순수한 존재들은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착하지만, 그런 모습 드러내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존재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그들의 용기에 감탄한다.

사실 순수함은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모두가 지켜내지는 못하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잃어버린 그것을 갈망하는 사람이기에 잘 알고 있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면,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순수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가 순수함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해진다.

9월이 들어서고 나서부터 매주 주말에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고 있다. 이번달만 벌써 4번째. 산에 꾸준히 오른지는 10년이 넘었는데 꾸준히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산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산에 오르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내 몸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을 조용히 오롯이 즐기게 된다. 최근 한라산에 4주 연속으로 오르면서 매번 다른 자태를 뽐내는 한라산의 경관에 감탄하고 있다. 일주일만에 조금씩 달라진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다름을 발견하면 무언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성공한(?) 기분이 드는데 산이야 말로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산이 좋다.

 

자연속에서는 영혼까지 순수해지는 거 같다. 산에 오르면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산에 올라 푸른 하늘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면서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두 발과 두 눈을 가진 것에 감사하게된다. 나는 아직까지 순수한 동심을 잃고 싶지 않은 제주섬소녀인 거 같다. 굴러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는 나를 잃지 말아야지:)

어떤 사람이 가진 어떤 하루에, 어떤 감정들이 어떤 경로로 훑고 지나가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의 어떤 하루는 어떠했다.

 

  1. 05:00 늦잠을 잘 까 봐 걱정한 것 치고는 두 번의 알람에 일어난 것에 안도하다.
  2. 05:20 이른 시간의 식사 준비는 영 어색하기 짝이 없다. 행여 도시락이 점심까지 괜찮을지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3. 06:00 불안하기도, 초조하기도 하지만 잠시나마 설레는 건  아마도.
  4. 09:40 슬슬 후회가 밀려온다. 이걸 괜히 했나…?
  5. 11:00 탁 트인 하늘을 보며 후회를 후회한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경외했다.
  6. 11:40 불안한 준비치고는 점심식사가 만족스러웠다.
  7. 13:00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공감했다.
  8. 16:00 몸은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꼈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으니까.
  9. 20:00 핸드폰 사진을 다시 보며 하루를 뒤돌아봤다. 스스로 대견(씩이나)했고, 시간을 함께 보낸 이에게 고마웠다.
  10.  22:00 (그림 일기식 마무리) 참 재밌는 하루였다.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물어본다면 아마 가장 흔한 대답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정판’이다. 새벽에 줄을 서고 광클을 하는 용기와 성공의 지혜를 탐독하는 은혜로움을 내리시니 한정판이 꼭 나쁜 것만 같지는 않다(?) 

 

감정에 있어서 한정판은 무엇일까? 상사와 동료, 후배 놈년으로부터 생산되는 감정은 산소처럼 당연한 것이라 차치하고, 설렘, 만족, 고마움 이런 종류의 것들이 한정판에 가깝다. 직장인의 거짓말 1,2위를 다투는 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감사하며 살지 않고 있으며, 친구 코인이 올랐다는 얘기와 내 계좌를 바라보며 만족할 수 없으며, 종류와 강도를 막론한 설렘이란 감정은 옥천 허브에 갇힌 택배마냥 나에게 쉬이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감정의 한정판이라는 것도 줄을 서 기다리고, 광클할 용기가 나부터 필요하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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