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로서 첫 월급을 받은 건 2012년.

뒷자리 숫자가 바뀐 2021년 지금, 저는 어느덧 10년차 디자이너입니다.

시간이 꽤 흘렀음에도 아직 이 일을 좋아합니다.

‘만약 옛날로 돌아간다면, 그래도 디자이너를 할꺼야?’ 라는 친구의 물음에

‘무조건 할 것 같은데?’ 라고 망설임 없이 답했거든요.

시간의 흐름만큼이나 제 일에 대한 확신이 분명해진 이유가 있습니다.

 

우선, 스스로의 디자인 철학이 분명해요.

  1. 사용자가 쉽게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디자인한다.
  2. 사용자의 고민을 해결하거나 줄여주는 방향으로 디자인한다.

업무시간 대부분을 사용자 패턴을 분석하고 개발자와 기능 구현을 조율하는 과정으로 보냅니다.

실제 디자인을 하는 시간은 그에 절반정도 밖에 안되는 것 같아요.

늘 저 철학들을 완벽하게 해내는 건 아니지만,

스스로에 대해서도 아직 잘 모르는 저에게 ‘일'에 대한 확고한 철학은 꽤나 위안이 됩니다.

 

두 번째는 디자인으로 문제 해결하는 행위를 좋아해요.

가끔 팀 내부에서 해결 못 한 문제가 여러 팀을 거쳐 결국 저에게까지 오는 경우가 있어요.

근데 저는 그게 너무 좋아요. 히죽.

몇가지 방안을 제안하면, ‘처음부터 여기로 물어볼 걸!'하는 답을 듣는 것도 너무 좋아요.

씽크빅한 답변에 대한 압박도 있지만, 무엇보다 저는  ‘디자인'으로 일을 해결하는 행위가 짜릿할만큼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일'에 대한 자존감이 높아요.

일을 좋아하는 만큼 진심으로 접근하게되고 그런 태도는 결국 ‘인정'을 받게되더라구요.

꼭 타인이나 외부를 통한 인정이 아니어도 좋아요.

‘정말 열심히했다', ‘출시는 미뤄졌지만 새로운 시도를 해봐서 좋았어'라고 나 자신을 인정하는 계기를 만들어주거든요.

그래서 ‘일’ 이야기할 땐 누구보다 자신감이 생겨요.

 

물론 기대감 충족에 대한 부담, 커뮤니케이션이나 일정 관련 스트레스도 심하죠.

업계 트렌드는 또 어찌나 빨리 변하는지, 대학교 4년동안 사용했던 프로그램은 전혀 쓸 일이 없고 새로운 툴과 기술로 새로 습득해야했어요.

그럼에도 이 일이 주는 확고함, 안정감, 자존감이 전 너무 좋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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