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사람이 가진 어떤 하루에, 어떤 감정들이 어떤 경로로 훑고 지나가는지 세어보기로 했다. 어떤 사람의 어떤 하루는 어떠했다.

 

  1. 05:00 늦잠을 잘 까 봐 걱정한 것 치고는 두 번의 알람에 일어난 것에 안도하다.
  2. 05:20 이른 시간의 식사 준비는 영 어색하기 짝이 없다. 행여 도시락이 점심까지 괜찮을지 조금은 불안하기도 했다.
  3. 06:00 불안하기도, 초조하기도 하지만 잠시나마 설레는 건  아마도.
  4. 09:40 슬슬 후회가 밀려온다. 이걸 괜히 했나…?
  5. 11:00 탁 트인 하늘을 보며 후회를 후회한다. “내 이럴 줄 알았어…” 경외했다.
  6. 11:40 불안한 준비치고는 점심식사가 만족스러웠다.
  7. 13:00 스쳐가는 사람들의 표정에 공감했다.
  8. 16:00 몸은 힘들지만 성취감을 느꼈다. 하루를 알차게 보냈으니까.
  9. 20:00 핸드폰 사진을 다시 보며 하루를 뒤돌아봤다. 스스로 대견(씩이나)했고, 시간을 함께 보낸 이에게 고마웠다.
  10.  22:00 (그림 일기식 마무리) 참 재밌는 하루였다.

가장 갖고 싶은 물건을 물어본다면 아마 가장 흔한 대답은 어쨌거나 저쨌거나 ‘한정판’이다. 새벽에 줄을 서고 광클을 하는 용기와 성공의 지혜를 탐독하는 은혜로움을 내리시니 한정판이 꼭 나쁜 것만 같지는 않다(?) 

 

감정에 있어서 한정판은 무엇일까? 상사와 동료, 후배 놈년으로부터 생산되는 감정은 산소처럼 당연한 것이라 차치하고, 설렘, 만족, 고마움 이런 종류의 것들이 한정판에 가깝다. 직장인의 거짓말 1,2위를 다투는 말, “감사합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감사하며 살지 않고 있으며, 친구 코인이 올랐다는 얘기와 내 계좌를 바라보며 만족할 수 없으며, 종류와 강도를 막론한 설렘이란 감정은 옥천 허브에 갇힌 택배마냥 나에게 쉬이 오지 않는다. 그렇기에 감정의 한정판이라는 것도 줄을 서 기다리고, 광클할 용기가 나부터 필요하지 않은지 스스로에게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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