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로운 사람들에게도 잘 다가가고, 밝고 편하게 지내는 사람이라는 얘기를 많이 듣는데 사실은 우울함을 많이 느끼는 편이다. 우울함의 이유는 주로 버림받을 것 같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이다. 내가 이렇게 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을 것 같다는 걱정, 내가 우울한 얘기를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지 않고 버림받게 될 것이라는 걱정, 내가 제대로 일하지 못하면 나를 쓸모 없는 사람으로 생각할 것 같다는 걱정 같은 것들이 가끔씩 나를 갑작스럽고 엄청 깊은 우울로 몰아넣는다. 
  2. 혼자 있을때 이런 우울에 잠기면 혼자 울고 나면 그만인데 사람들과 함께 있을때 이런 기분이 들면 표정관리가 되지 않는 것 같기도 하고, 스스로가 더 못나게 느껴진다. 그래서 웬만하면 더 밝고 활발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요즘에는 어차피 모두가 날 좋아할 수 없다 라는 점을 받아들이려고 하는데, 새로운 환경에 던져지면 사랑받기 위해 이전과 비슷한 마음으로 돌아간다. 내 있는 그대로의 모습이 사랑받지 못할까봐 걱정이 항상 앞선다.

 

부정적 감정은 다른 사람들에게 들키면 안된다는 생각을 가져왔다. 내가 부정적 이야기를 하고 행동한다면 다른 긍정적인 사람들에게 피해가 갈 수도 있고 흰 종이에 먹물이 뛰듯 하얀 그 곳을 오염 시킬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부정적 감정은 집에 가는 길에서 혹은 나에게 가장 솔직할 수 있는 집안에서만 드러냈던 것 같다. 요즘은 마스크가 내 얼굴을 반이나 가려줘 가끔 밖에서도 티안나게 표현하고는 있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항상 나에게 부정되어야 하는 감정이었다. 

 

다른 사람의 슬픔크기가 얼마나 크고 깊어도, 나의 슬픔이 더 크다고 느끼는 인간인지라 내가 여유가 없고 내 슬픔에 빠져 있을 때면 다른 사람의 슬픔이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다른 사람을 위로하는 말을 건네기도 했지만 진심으로 했는지 의문이다. 내 슬픔 속에 빠져서 틈이 없었다. 

 

부정적 감정은 쌓아 두기만 하면 슬픔의 크기는 점점 커지고 깊어질텐데, 그러면 난 더 다른 사람을 쳐다볼 여유가 없이 허덕이는 인생을 살 수 있을 것이다. 뭐든지 적당한게 중요한데 그 기준을 잘 모르겠다. 부정적 감정을 어디까지 누구에게 얼마만큼 표현하는 것이 좋은걸까?

 

내가 느끼는 부정적 감정은 “외로움”인거 같아요.

저는 사람들을 좋아하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해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요.

그게 사적이든 일적이든 사람들과 만나서 이야기 하고, 이야기 듣고 이런 시간들이 너무 좋아요.

 

그러다 저녁에 혼자 있게되면 괜히 외로워지는거 같아요. 또 저는 저의 감정을 잘 표현하지 않고 밝게 지내려고 하는거 같아요. 누군가가 저의 잠시 잠깐 스쳐간 얼굴표정을 보고 기분을 물어보면 저는 아무일도 없던것처럼, 밝은 표정으로 이야기하죠(약간 가식같기도하네요...쓰다보니)  언젠가부터 부정적인 감정은 표현을 안하게 되는거 같아요.

이런 감정들이 나쁜건 아닌데요. 누구나 느낄 수 있는 감정인데 말이예요.

 

주변 사람들은 제 감정 요동의 가장 큰 요인입니다. 별거 없지만 별거인 이 두 가지로 저는 인생의 희노애락을 느끼지요.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아주 사소한 것에서 생깁니다. 도대체 왜? 찌푸려지는 미간과 함께 의문점이 들면 답답함이라는 감정의 시작이에요. 나라면 그러지 않을 것 같은데, 나라면 이렇게 했을텐데, 나라면, 나라면.. 아무리 남의 입장에서 생각하려고 해도 저는 제 생각만 읽을 수 있기 때문에 이해가 어렵습니다. 상대방의 마음을 꺼내서 읽을 수는 없고, 상대방은 그 마음을 표현하지 않거나 보여줄 시간이 없기 때문이에요. 말을 해야 알지! 라고 소리치고 싶지만 생각해보면 저 또한 표현하지 못하고 담아두는 말들이 수두룩합니다. 모든 것은 소통을 기반으로 이루어지는데 자꾸만 서로를 독심술사 처럼 대하는 것 같습니다.

 

일에서 오는 부정적인 감정은 명확한 단어로 표현할 수 있습니다. 불안함, 무력감입니다. 열심히하는 것은 당연한 사회에서 저는 ‘잘’해야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챌린지와 부담스럽게 설정되는 KPI를 감당해야 하면서 말이지요. 좋아하는 일이기 때문에 괴로움 보다는 즐거움이 크지만 이러다 무너질까 불안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리 애써도 안되는 게 있다는 것을 여러번 배웠으면서도 역시나 익숙하지 못해 무력감이 들 때도 있고 말입니다. 

 

마침, 1주차 글의 상당한 비중을 차지했던 게 불안이라는 제 부정적 감정이었습니다. 그때도 언급했지만, 부정적인 감정은 저를 발전시킵니다. 제가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고, 전시를 보러다니는 모든 행동은 이 부정적인 감정을 기록하거나 해소하거나 이를 통해 발전하고자하는 긍정을 야기합니다. 때문에 긍정만큼 소중한 이 부정 감정을 저는 최대한 회피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과하게 몰입하는 것도, 회피하는 것도 해서는 안되는 모두 그저 동일한 감정일 뿐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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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하의 뛰어난 역량에도 불구하고 제한된 인원 선발로 인해 당사의 전형에 불합격 소식을 전하게 되어 매우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가슴이 덜컥 하지 않으셨나요? 혹여 당신을 벼랑으로 떠밀어낸 것 같았던 어떤 회사를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그만큼 들었으면 익숙해질법도 했을텐데, 그럴 수가 없었던 날카로운 문장이었을테죠. 누구를 탓하셨었나요? 뽑았더니 나라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통령놈이었나요? 아니면 사람을 많이 뽑지 않는 이기적인 기업이었나요. 그 것도 아니라면 준비된 질문을 두고 하필 어려운 질문을 했던 면접관? 아니다. 운도 없지. 나를 움츠리게 하던 옆 지원자 놈년이었을 수도 있습니다.

 

문장으로, 말로 또는 행동으로 다가오는 타격기에 회피를 잘 시전했다고

생각했는데(←→↘↓+A C) 왜 HP는 닳았던건지, 왜 MP는 소모가 된건지 이유를 알 수 없습니다.

 

속이 풀릴때까지 욕을 해보거나, 내일이 없는 음주를 해보거나, 트레드밀 속도를 올리거나, 바벨을  추가해보거나, 그것도 아니라면 미친듯이 게임을 하는 것들보다도 누군가의  위로 한마디가 낫다는걸 깨달을때까지도 몰랐습니다. 자책이 얼마나 무서운 감정인지, 이제는 조금 알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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