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순수한 것들을 좋아한다. 늘 솔직하고 투명한 엄마, 한결같이 사랑스러운 나의 강아지, 어린 아이들의 순진한 애정을 겪을 때면, 꼭 나도 세상을 사랑하고 싶어진다. 

순수한 존재들은 어쩌면 바보 같아 보일 정도로 착하지만, 그런 모습 드러내기를 전혀 두려워하지 않는다. 나는 그런 존재들을 좋아하고, 존경하며, 그들의 용기에 감탄한다.

사실 순수함은 모두가 가지고 태어나는 것이지만, 모두가 지켜내지는 못하는 특성이라고 생각한다. 나는 잃어버린 그것을 갈망하는 사람이기에 잘 알고 있다. 

순수함을 잃지 않은 존재의 아름다움을 마주할 때면, 아직 세상에 남아있는 순수함을 지키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내가 순수함의 아름다움을 알아볼 수 있음에 감사해진다.

9월이 들어서고 나서부터 매주 주말에 한라산 영실코스를 오르고 있다. 이번달만 벌써 4번째. 산에 꾸준히 오른지는 10년이 넘었는데 꾸준히 하고 있는 걸 보면 내가 산을 정말 좋아하는 것 같다. 산에 오르면 한 발 한 발 내딛을 때마다 내 몸에 집중하게 되고, 자연을 조용히 오롯이 즐기게 된다. 최근 한라산에 4주 연속으로 오르면서 매번 다른 자태를 뽐내는 한라산의 경관에 감탄하고 있다. 일주일만에 조금씩 달라진 것들을 발견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반복되는 일상에서 소소한 다름을 발견하면 무언가 인생을 잘 살고 있는 것 같은 성공한(?) 기분이 드는데 산이야 말로 계절의 변화를 가장 잘 느낄 수 있는 곳이라 산이 좋다.

 

자연속에서는 영혼까지 순수해지는 거 같다. 산에 오르면 내가 좋아하는 나의 모습을 마주하게 되는데 산에 올라 푸른 하늘에 좀 더 가까이 다가서 보면 세상을 다 얻은 기분이 들면서 자연을 품을 수 있는 두 발과 두 눈을 가진 것에 감사하게된다. 나는 아직까지 순수한 동심을 잃고 싶지 않은 제주섬소녀인 거 같다. 굴러가는 낙엽에도 까르르 웃는 나를 잃지 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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