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에 엄마, 막내 동생과 함께 밥을 먹었다. 혼자 사는 얘기를 하다가 ‘나는 불안과 긴장을 잘 느끼는 편이야. 스트레스에 취약해’라고 말을 꺼냈다. (이건 내가 나를 가둬놓는 이야기가 아니라, 실제로 정말 그런 편이다.) 그리고 그 안정감을 가져다줄 어떤 것이 필요하다고. 엄마는 이제 서른살이 되니 안정적인 직장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나는 내가 일하는 곳이 안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지만 엄마는 계약직이라서 그렇게 얘기했던 것 같다. 대화는 불안감에서 내 커리어로 전환되었다. 

 

잠깐 소개하자면, 나는 세번의 인턴과 두번의 정규직을 거쳐 지금의 회사에 계약직으로 일하고 있다. 같은 일을 했지만, 조금은 다양한 조직을 경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테마파크가 좋아서 시작했던 경험이 어느새인가 오프라인에서 파트너십 기반의 콘텐츠를 생산하는 일이 되었다. 목표가 있었던 건 아니고 스티브 잡스의 말씀처럼 점을 연결하는 중이다.

나는 다양한 조직에서의 경험이 내 강점이라고 생각했고, 오히려 N잡러를 꿈꾸고 있었는데 엄마가 생각하는 ‘안정적인 직장’과는 반대되는 의견이었다. 나는 먹다 뱉은 체리 씨앗을 하나씩 줄을 세우며 내 커리어를 설명했다. 나는 잘하고있고, 앞으로도 잘 할거라고. 


[줄세운 체리 씨앗들]

- 글로벌 엔터테인먼트 / 인턴
- 공연기획사(한류, 공연예술가) / 정규
- 강연기획사(연사) / 인턴
- 비영리재단(소셜벤처) / 인턴
- 전시기획사(순수예술가) / 정규
- 비영리재단(스타트업) / 계약

- NEXT? 

 

이렇게까지 설명하니 엄마와 동생이 나의 커리어패스를 이해해줬다. 갑자기 화장실이 급해 대화는 끝났지만 나도 그들의 ‘안정성’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안다. 그리고 나도 한 곳에서 쭉 머무르고자 하는 욕구가 분명히 있다. 새로운 곳에 적응하는게 점점 힘들어지고, 연차가 쌓일 수록 경험할 수 있는 범주가 다르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알고있고, 인정하는 일을 끈기있게해서 내 생활에 안정감을 찾는 것. 나도 필요하다고 생각하지만, 많은 기회가 있는 이 시점에서 ‘나는 A라는 회사에 가서 오래 일할거야’라고 단정짓고 싶지않다. 맞으면 오래있고 아니면 그만두겠지. 

 

대화 중에 막내 동생이 이런 얘기를 했다. 언니는 불안감을 느껴서 안정을 원하면서도, 왜 계속 스스로 불안을 만들어가냐고. 나는 일에서 불안을 추구할 수 밖에 없다면 생활에서 안정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라고 질문했다. 규칙적인 운동, 기댈 수 있는 가족 등. 오랜 친구가 내게 줄타기를 하는 것 같이 위험하다고 얘기한 적도 있다. 하지만 그 친구는 얼마전 진실되게 내게 부럽다고 얘기했다. 주변 사람들이 나를 불안하다고 얘기하고, 나도 어느정도 느끼고 있지만 그렇다고 안정만을 추구하고 싶지는 않다. 

 

안정은 어쩌면 얼마나 예측가능한지에 대해 이야기하는 건지도 모른다. 삶이 순간의 선택으로 이루어지는만큼 나의 시각에 갇혀 계획함으로써 제한하고 싶지는 않다. 누군가와의 대화가 ‘너는 어디에 관심이 있는데?’’면 좋겠지 그게 불안하고 안정적이다라는 판단으로 끝나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그래서, 나의 불안감은 어디서 오는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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