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예술을 하는 것보다 기분과 입맛에 따라 예술을 향유하는 것을 더 좋아합니다. 다시 말해 예술 한 분야를 깊게 파기보다는 전반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지요. 금방 싫증을 느끼는 성격 탓에 조형 예술, 영상, 사진, 웹디자인, 그림 등 예술 전반을 아우르는 활동을 하며 다양한 일을 한 걸 보면 당연 제너럴리스트가 맞습니다. 과거에는 한 분야를 파고드는 스페셜리스트인 전문가가 되지 못했다는데에 자괴감을 느꼈으나 이제는 이게 무기가 되었습니다. 제 다양한 경험을 높이 산 회사에서 근무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회사에 속한다는 건 더 이상 제 안의 다양함을 드러내지 못한다는 말과 같았습니다. 타이트한 기간에 쫓겨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물을 내야 하는 일이 자주 생긴다는 말이기도 했습니다. 표현하는 예술가로서 주도적으로 창작하지 못하고, 미완성으로 느껴지는 작품을 내야 하는 것은 참 괴로운 일이었습니다.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내면서도 시키는 일을 기계처럼 해야하는 이 직업의 양면성 때문에 중심을 잡는 것에 대한 고민이 있었습니다.

 

입사 10개월이 지나고 있는 지금, 한때 제 속앓이 주범이었던 이 고민들을 이제는 다른 시각으로 보고 있습니다. 위의 고민들을 통해 성장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저는, 퇴근 후 시간을 활용하여 주체적으로 기획한 개인작업들을 하고 있었습니다. 이는 참았던 숨을 몰아쉬는 순간이 되어주기도 하면서 ‘포트폴리오’ 라는 미래의 자산이 될 예정입니다. 또, 미완성을 견디게 되었습니다. <딸에게 보내는 심리학 편지> 책에서는 “하나를 고심하여 하는 것보다 어떤 것이든 100개 그리면 뛰어난 작품이 나올 가능성이 크다.”고 말 합니다. 생각해보니 회사에서는 기간에 맞추어야하니 어떻게든 결과물을 내었고 이중 분명 제 마음에 드는 것들도 있었습니다. 제대로 하고 싶은 마음에 미뤄두었던 일이 많았는데 이제는 완벽하지 않더라도 괜찮다며 스스로 여유를 주게 되었습니다. 엉망이라고 느끼더라도 일단 어딘가에 전시하기도 합니다. 물론 여전히 회사 프로젝트나 개인 작업을 시작할 때면, 시간을 두고 고심해서 진행하고 싶은 마음이 스물스물 올라 오지만, 뭐든 완벽하지 않더라도 그냥 해보자는 말을 계속 되뇌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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