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 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모든 가사가 다 와닿지만 특히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부분이 귀에 꽂힌다. 

내가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어해서 아빠는 내가 고1때부터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셨다. 고3 수능시험을 앞두고 아빠가 전날 서울에 올지 말지를 물어봤는데, 나는 부담이 되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수능날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엄마, 동생과 함께 아빠가 교문 앞에 마중 나와 계셨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울컥했다.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멀리서 눈물을 훔치고 갔던 기억이 난다. 오고 싶고 아침에 응원도 해주고 싶었는데 행여 딸에게 부담이 되어 시험에 영향을 줄까 우려한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나는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와 그 안의 화성이 일종의 정보로 변환되어 들린다. 떴다떴다 비행기 대신 C 코드의 미레도레미미미가 들린다. 마치 네온사인을 볼 때 네온의 색과 형상에 빠져 정작 안에 써있는 글자는 기억에 안 남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노래를 듣다 첫 발에 가사 몇 마디가 귀에 꽂힌 적이 두 번 있다. Avicii - The Nights의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과 Shawn Mendes - Hold On의 "Everything will be alright"라는 구절이다. 흥미롭게도 둘 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The Nights의 '너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될 텐데, 기억될만한 삶을 살으렴'이라는 가사는 내게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삶의 유한함'과 '그렇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불씨를 던져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노래의 가사를 내손으로 찾아봤던 것 같다. 가사 속 아버지는 역경이 닥치면 부딪혀 이겨내고,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거친 인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세상에 기억될만한 사람으로 남으라 이야기한다.

 

다음, Shawn Mendes의 Hold On은 션의 힘들었던 시간들과 아버지의 말씀을 구어체로 담백하게 풀어낸 곡이다. 노래가 담담하고 화자도 아버지이다 보니 심심한 위로가 필요할 때 들으면 딱이다. 특히 나는 힘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Everything's gonna be fine"이라는 문장을 중얼거리는데, 노래 속 가사 "Everything will be alright"를 처음 들었을 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반가움과 위로의 감정이 올라왔다.

 

자우림 - 샤이닝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풀리지 않는 의문들 정답이 없는 질문들 나를 채워줄 그 무엇이 있을까

이유도 없는 외로움 살아 있다는 괴로움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

가슴속의 폭풍은 언제 멎으려나 바람 부는 세상에 나 홀로 서있네


가난한 나의 영혼을 숨기려 하지 않아도 나를 안아줄 사람이 있을까라는  

구절이 명치를 맞은 것처럼 내 가슴에 꽂히는 부분인데 …  창피하지만 나는  

외로움도 많고 지나치게 감성적이다. 그래서 최대한  감정을 숨기려 하고 조절하려고 

하는데  그 노력중에 하나가  우울할 때는 우울한 노래 피하기였다. 내 감정에 빠지기 않기 

위해서 괜찮은척 씩씩한 척 즐거운 척하는데 한 번씩 버겁고 힘들 때도 있다. 

특히 이번 주제가 매력적이고 쉬운줄 알았는데 고민을 많이 해서 그런지 글을 쓰기가 

더 어려웠다. 일부로 사람들을 의식해서 나만의 숨을 명곡이라는 제목에 맞게 멋진 곡을 찾아야 하나? 그런 생각을 하고 노래를 찾았었는데 그러다 보니 선곡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그래서 생각을 단순화시켜서 현재 내 감정과 기분을 대신할 수 있는 노래를 선택하게 됐다. 노래를 다양하게 좋아하고 감정에 따라서 다양하게 노래를 듣는 편이라서 곡을 선택하기가 어려웠는데 현재 멜랑꼴리 한 감정을 대변하는 곡으로 하자고 결정을 하게 돼서 이곡을

선택하게 되었다. 거창한 이유는 없다. 그냥 입밖으로 차마 못하는 말을 노래 가사가

내 대신 말해주고 있는것 같고 딱 내 기분이라서 듣고 있으면 위안이 된다. 

두더지도 아닌데 어딘지도 모르는 땅굴을 파고 있는 나는 내 감정조차 내가 잘 모를 때가 

많다고 생각했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우울하지 않기 위해 내 감정을 모른 척하고 회피

하고 있었던것 같다. 괜찮다 잘하고 있다고 스스로 최면을 걸지만 실은 괜찮지 않고 

힘들다고 기대고 싶다고 ,,, 고생했다 수고했다 힘들었겠다는 위로가 필요했던 것 

같은데 주변 모두가 힘든 상황이라 징징거리거나 알아주라고 할 수도 없고 깊이 공감을 

해주지 못할거기 때문에 말을 아껴왔던 것 같다.  어차피 답 없는 나만의 외로움이었는데 노래가 나를 위로해주는 느낌이다. 밝은 가사가 좋기도 하지만 한 번씩 슬프고 찌질하고 처절한 가사들이  더 마음에 와닿고 좋은 때가 있다... 내 대신 말을 해주는 것 같아서 

어른이 된다는건 내 감정에 솔직해지지 못할 때가 많다. 나는 아직도 어린데 어리광을 부리면 안 되고 화나는 것도 참아야 하고 조절해야 되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에도 그러려니 

받아들여야 하는 그런 감정들이 요즘은 참 버겁다. 그치만  제목처럼 언젠가 빛날 나를 위해서😊 내 감정에 솔직해지고 스스로 잘 위로하고 스스로 잘 달래주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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