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이 끝나고 난 뒤,

어느 60대 노부부 이야기

 

곱고 희던 그 손으로 넥타이를 매어주던 때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어렴풋이 생각나오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큰 딸 아이 결혼식날 흘리던 눈물방울이

이제는 모두 말라 

여보 그 눈물을 기억하오

 

세월이 흘러감에 흰머리가 늘어가네

모두다 떠난다고

여보 내손을 꼭 잡았소

 

세월은 그렇게 흘러 여기까지 왔는데

인생은 그렇게 흘러 황혼에 기우는데

 

다시 못 올 그 먼길을

어찌 혼자 가려하오

 

여기 날 홀로 두고

여보 왜 한 마디 말이 없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여보 안녕히 잘 가시게

 

-

 

모든 가사가 다 와닿지만 특히 

막내아들 대학시험 뜬눈으로 지내던 밤들 / 어렴풋이 생각나오 / 여보 그때를 기억하오

부분이 귀에 꽂힌다. 

내가 서울에서 공부하고 싶어해서 아빠는 내가 고1때부터 기러기아빠 생활을 하셨다. 고3 수능시험을 앞두고 아빠가 전날 서울에 올지 말지를 물어봤는데, 나는 부담이 되어 오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수능날 시험을 마치고 나오는데 엄마, 동생과 함께 아빠가 교문 앞에 마중 나와 계셨다. 멀리서도 알아볼 수 있었고 울컥했다. 가족에게 들키지 않으려고 멀리서 눈물을 훔치고 갔던 기억이 난다. 오고 싶고 아침에 응원도 해주고 싶었는데 행여 딸에게 부담이 되어 시험에 영향을 줄까 우려한 아빠의 마음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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