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음악을 들을 때 멜로디와 그 안의 화성이 일종의 정보로 변환되어 들린다. 떴다떴다 비행기 대신 C 코드의 미레도레미미미가 들린다. 마치 네온사인을 볼 때 네온의 색과 형상에 빠져 정작 안에 써있는 글자는 기억에 안 남는 느낌이다. 

 

그럼에도 노래를 듣다 첫 발에 가사 몇 마디가 귀에 꽂힌 적이 두 번 있다. Avicii - The Nights의 "So live a life you will remember"과 Shawn Mendes - Hold On의 "Everything will be alright"라는 구절이다. 흥미롭게도 둘 다 아버지가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The Nights의 '너는 결국 세상을 떠나게 될 텐데, 기억될만한 삶을 살으렴'이라는 가사는 내게 한번도 진지하게 생각해 본 적이 없었던 '삶의 유한함'과 '그렇다면 어떤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한 생각의 불씨를 던져주었다. 이때 처음으로 노래의 가사를 내손으로 찾아봤던 것 같다. 가사 속 아버지는 역경이 닥치면 부딪혀 이겨내고, 이를 밑거름으로 삼아 거친 인생을 살아가며, 그렇게 세상에 기억될만한 사람으로 남으라 이야기한다.

 

다음, Shawn Mendes의 Hold On은 션의 힘들었던 시간들과 아버지의 말씀을 구어체로 담백하게 풀어낸 곡이다. 노래가 담담하고 화자도 아버지이다 보니 심심한 위로가 필요할 때 들으면 딱이다. 특히 나는 힘들 때마다 습관적으로 "Everything's gonna be fine"이라는 문장을 중얼거리는데, 노래 속 가사 "Everything will be alright"를 처음 들었을 때 마음 깊숙한 곳에서 반가움과 위로의 감정이 올라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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