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주일에 한 번 글을 쓴다는 게 꽤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고 있습니다.

중요하거나, 중요하면서 급한 일이 아니기 때문이죠. 놓쳐도 내 삶의 큰 문제가 없습니다.

하지만 업글 커뮤니티, 그것도 제너럴리스트라는 주제에 공감하는 사람들끼리 같이 모여 글을 쓸 수 있어서 할 수 있었습니다.

여기서 같이의 가치라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혼자서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습니다. 함께 할 때 할 수 있는 게 훨씬 많죠. 그런 의미에서 업글을 함께 하는 것의 힘을 알게 해 준 시간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혼자라면 쉬고 싶고 넘어가고 싶고 모른 척 넘어갈 수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이 있고, 내 글, 생각, 관점에 응원을 하고 댓글을 달아주는 멤버들이 있으니 할 수 있었습니다.

이처럼 제너럴리스트 영역도 마찬가지입니다. 아니 일의 영역도 마찬가지죠. 혼자서 할 수 있는 건 많지 않아요. 대체 불가한 스페셜리스트보다 누구와도 함께할 수 있는 제너럴리스트가 되고 싶습니다. 누구와도 협력하고, 누구와도 함께 하고, 누구와도 잘 어울리는 제너럴리스트가 되면 꽤 좋을 거 같습니다. 이번 업글이 그런 것을 조금이나마 경험한 순간이 아닐까요?

저는 커뮤니티 매니저라는 역할을 하고 있어요. 간단하게 생각하면 위워크나 패스트파이브에서 입주를 안내하고 이벤트를 진행하는 일이에요. 그 업무 중에 차별성을 가져가고 있는 건 아래와 같아요.

 

  • 브랜드 초기 멤버 (6개 지점 오픈 멤버)

  • 다양한 고객군을 대상으로 유사 서비스 기획/운영 (공연, 강연, 전시, 소셜벤처, 스타트업)

 

커뮤니티 브랜드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가 ‘공간’이었기 때문에 오프라인 중심의 서비스와 이벤트를 진행했었는데요. 최근 코로나로 사무실 이용률도 줄고 대면으로 하는 이벤트가 불가하기 때문에 온라인 서비스에도 호기심을 갖고 수업을 듣고 있습니다. 이렇게 보면 그냥 닥치는 대로 다 하는 것 같아요(ㅎㅎ)

 

제가 앞으로 배워보고 싶은 건 커뮤니티 브랜드에 소속된 멤버들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일이에요. 성장할 수 있는 자본금을 지원하는 것도 좋지만, 조직 혹은 개인에게 필요한 인적 자본을 연결하고, 그들의 팬을 만드는 일을 해보고 싶어요.그래서 다음 커리어는 엔터테인먼트가 돼도 좋겠다는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 MUST는 아니지만 HOPE TO ! )

 

2020년 초까지는 커리어에 대해 거창하게 말했다.

 

“내가 프로젝트의 참여자가 ***이라서 믿을만해”

“이건 ***이 운영하는 서비스라서 이용해봐야지”

“역시, 이런 서비스가 필요했다구~”

 

즉, 분야가 크든 작든 그 분야에서 내가 기획, 오픈, 운영, 관리한 서비스라면 사람들이 믿고 쓰거나 이용할 수 있다는 말을 할 수 있도록 해보자!라는 것이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서, 어떤 업무 분야에서도 내 경험을 토대로 명확하게 정리하고 정의 내리고 합리적인지 따지며 완벽하게 하자!

이게 나에게 무조건 도움이 될 것이다!라고 생각했다.

 

그러다가, 어느 순간 번아웃을 경험했다.

업무가 적당해서 칼퇴가 당연히 된 순간. 항상, 가끔 ‘왜 이 일을 하는지’ 고민할 때 ‘슬럼프 구만’이라고 대수롭게 넘겼던 게 한 번에 밀려온 느낌이었다.

 

상황도 점점 안 좋아졌다.

가족과의 관계, 회사와의 관계, 사람과의 관계 모두 조금씩 어긋나고 틀어지는 상황이 반복했다.

 

안 좋은 일은 한 번에 몰려온다는 말처럼, 이직을 한 지 3개월 정도 된 회사의 사업방향이 너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러다 오랜만에 만난 지인과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다가, 내 상황을 이야기했더니 조언(?) 해준건 단순했다.

 

“우선, 뭐~ 하려고 하지 말고 가족관계부터 회복하다 보면 괜찮아질 거다”

 

그래서 믿는 둥 마는 둥 부모님과 관계 회복을 위해 노력했고, 잘 해결해서 원만한 관계를 유지하게 되었다.

사람과의 관계는 정리된 뒤, 원복 하기 힘들어서 지금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더 잘해주려고 했다.

취미였던 달리기도 굳이 누군가가 불러서 뛰거나, 날 잡고 뛰는 게 아니라 그냥 잠이 안 온다 싶으면 달렸다.

 

회사에서의 업무는 여전히 힘들었다.

그러나 어떻게든 해보려고 스트레스받는 게 아니라, 안될 건 안되는 거라고 생각하며 최선을 다했는지 생각하지 않고 마무리하거나 보류하고 취소하며 할 수 있는 일을 했다.

 

전체적으로 뭐든 완벽하게 정리하려는 게 아니라, 순서를 정하거나 정의하지 않고 순간순간 할 수 있는걸 했다.

그 순간 번아웃은 그대로지만 스스로 나아지고 있음을 느꼈다.

 

이 글을 쓰면서도 야근하고 집에 와서 밥을 먹으며 업글의 글쓰기를 정해진 시간보다 늦게 마무리할 것 같다.

조금 불안하지만, 내가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있는지 생각을 정리하는 게 즐겁다.

 

즉, 완벽하지 않더라도 할 수 있는 만큼 하고 이를 통해 경험을 쌓으며 내가 생각하는 제너럴리스트로 커리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습관적으로 “커리어 뜻”을 네이버에 검색해봤다.

 

커리어 : 명사. 어떤 분야에서 겪어 온 일이나 쌓아온 경험

영어로 career는 경력으로 해석되지만, 국어사전의 풀이가 나는 더 와 닿는다.

 

"학생 수: 4만 명" 이라는 통계가 어떤 의미인지 잘 몰랐다. 실제로 대학교를 들어가서 생활을 해보니 그 의미를 알 수 있었다. 그때 처음으로 생각을 했었던 것 같다. 아 나는 이런 곳은 좀 힘들구나.

 

내가 다닌 고등학교는 아주 작은 학교였다. 유치원생부터 고등학생까지 총 학생 수가 200명을 조금 넘었으니, 나와 같은 학년을 형성하는 친구들은 10명도 안 되었다. 20년이 지난 지금도 그때 같이 어울렸던 친구 한명 한명, 선생님 한분 한분이 다 기억이 난다. 난 이런 곳이 좋다.

 

직장생활을 시작하면서도 난 이런 나의 성향을 잘 알고 있었다. 부모님이 생각하시기에 웃픈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회사를 옮길 때 마다 자연스럽게 더 작은 규모의 회사로 가고 있다. 안정적이지 않지만, 내가 내 손으로 결과물을 만들어내는 게 너무 좋다. 5년 안으로 조그마한 스타트업을 시작해보고 싶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최대한 다양한 경험을 먼저 하는 게 좋다고 생각한다.

 

내 취향과 관점이 담긴 공간에서 삶을 꾸려나가고 싶다. 대부분의 생활이 내 공간에서 이루어지길 바라는 삶이랄까. 커리어는 이런 삶의 모습을 만들어나가기 위한 하나의 장치쯤으로 생각하는데, 이런 사고방식이 꽤나 커리어에 대한 부담을 덜어주고 있다.

 

현재는 플랫폼 서비스를 기획하는 기획자로 살아가고 있다. 이 직무의 가장 매력적인 부분 중 하나는 컴퓨터만 있으면 장소 불문 어디서든 일이 가능하다는 것. 프리랜서로서 충분히 살아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이다. 또 이런저런 분야에 기웃거리기 좋아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성향을 가진 나에게는 작은 경험들을 녹여내는 기획이라는 일이 안성맞춤이다.

 

주캐가 기획자라면 부캐는 요즘 건강한 먹거리에 관심을 갖고 있다. 종종 건강한 빵을 굽고, 제철 음식으로 집 밥을 차려먹는데 꽤나 정성을 쏟고 있다. 작정하고 제빵 자격증을 따볼까 고민 중인데, 빵 굽는 기획자라는 타이틀도 괜찮다는 생각이 드는 요즘이다.

 

내 공간에서 기획자로 일하며 종종 빵을 굽고 선물하는 빵 굽는 기획자로 한번 살아볼까..

누가 꿈이 뭐냐고 물을 때면 늘 같은 대답을 해왔습니다. ‘당연 행복하게 사는 거!’

 

이처럼 제 인생의 모든 선택은 제 꿈인 ‘행복’의 기준을 충족하느냐에 따라 결정되었습니다. 때문에 제가 그리고 있는 커리어는, 행복 종착역을 향해 걷는 길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마지막 역에 도착하기 위해서는 딱 하나의 룰이 있습니다. 바로, 행복하게 걸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20대 초반의 제가 정의한 행복은, 폼-생폼사! 네, 멋져 보이는 것이었습니다. 때문에 당시 제게 큰 가치는 외면을 꾸미는 일과 사회적으로 멋있어 보이는 일을 하는 것이었습니다. 어린 시절 1년은 노년의 10년과 같다고 합니다. 저는 이 중요한 시간을 거울 앞에서 많이 쏟았습니다. 또 어떤 게 더 간지 나는 일인지, 남들이 얘기하는 ‘가슴 뛰는 일’인지 이 직종 저 직종을 방황하며 보냈습니다.

 

제 안의 이념이 바뀐 뒤 정의한 행복은, 사회적으로 가치 있고, 재능을 살리는 일을 하며 사랑하는 사람들과 혹은, 혼자 따뜻한 식사를 할 여유와 자본이 있는 것입니다. 머리가 자라며 상당히 현실적이고 구구절절해졌지요. 때문에 현재 저는 제가 추구하는 행복에 따라 직업을 선택하였고 여가를 보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물론, 보다 성장하고자 하는 욕구가 있어 앞으로 또 바뀔 예정이지만 말입니다.

 

행복은 이처럼 삶을 살면서 다양한 형태로 변화 합니다. 또 바뀔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열어둡니다. 이렇게나 주관적인 기준 때문에 이전에 걸었던 길이 잘못됐다고 할 수 있을까요? 시시때때로 변하는 저에게 누군가는 계획 없이 산다고 합니다. 또 누군가는 뜬구름 잡는 소리 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누군가는 저에게 용감하다고 합니다. 업으로 삼으려고 했던 것을 과감히 포기하고, 관심 있는 분야에 온 몸을 던져 도전한다며 말입니다.

 

인생이란 수없이 구불거리고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을 걷는 것입니다. 그 누구도 본인의 엔딩크레딧을 볼 수 없지요. 그저 과정만 존재하고 느낄 뿐입니다. 때문에 저는, 변하는 행복의 기준에 따라 즐겁게 할 수 있는 것(work)과 곳(place)을 찾아다니며 끊임없이 ‘도전’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삶을 사는 것을 멈추지 않으려 합니다. 당연히, 행복하고 싶기 때문입니다!

제너럴리스트로서의 커리어로는 한 기업, 한 그룹 내에서 조금 더 많은 책임감을 가지는 임원이 되고 싶어요. 

일을 하면서 느끼는 것이 바로, 한 기업 내 임원이야말로 스페셜리스트가 아니라 제너럴리스트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일을 시작한 다음부터 지금까지 대기업이 아닌 대부분 작은 회사에서 업무를 많이 했기 때문에, 

생수통 갈고 간식시키는 일부터 투자자 미팅에서 피칭하는 일까지 하면서 느꼈던 점은 

모든 일은 다 힘들다. 모든 일에는 크고 작음이 없고 다 고충이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제가 과거에 생수통을 갈아본 경험이 있기에 나중에 임원이 되었을 때,
길을 가다가 옆에서 생수통 가는 사원을 조금 더 따뜻한 눈빛으로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사무실 관리도 해봤기에 사무실 관리를 하며 고충을 겪는 얘기를 제게 하면 제가 좀 더 이해를 해줄 수 있지 않을까요? 


어떤 그룹 내에서 리더의 중요한 역할 중에 하나는 문제점을 파악하고 그것을 해결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만약에 제가 스페셜리스트로 어떤 일만 중점적으로 해왔다면, 전반적인 회사 내 문제를 파악하기도, 

해결하기도 어렵겠죠. 그렇기 때문에 제 제너럴한 직무의 이러한 점들을 활용하여 그룹을 이끌어나가고 싶습니다 :)

 

어느 분야든 마찬가지겠지만 제가 속한 IT 분야는 특히 변화가 빠른 곳입니다.

새로운 기술과 프로그램이 우후죽순처럼 들어서고 먼저 그 기술을 선점하더라도 또 다른 기술에게 주연 자리를 내줘야 하거든요.

빠른 업계 속도에 흔들리지 않기 위해 ‘이 분야에서 나는 어떤 위치인가’를 쉼 없이 생각했고 이젠 정의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예쁜 디자인은 아니지만 사용자가 편한 디자인을 생각하고 그린다.”

실제 제 작업들은 매우 담백한 편입니다. (정말 담백하단 표현이 딱 맞아요.)

잘 보이는 곳에 핵심 기능이 있고, 다양한 해상도를 고려하고 컨텐츠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고민하고 디자인하는 편입니다. 사용자가 학습해온 경험들을 유추하고 그 기준으로 디자인하면 서비스를 자연스럽게 이용하고 오래 머무르게 되죠.

실은 예쁜 디자인은 1년만 지나도 트렌드에서 멀리 위치해있을 가능성이 큽니다.

 

대학교 전공 기간까지 합치면 14년, 제외하더라도 어느덧 10년 차 디자이너가 된 저의 커리어는 디자인에 국한되어있지 않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작업물에 대한 고찰, 책임감은 물론이고 팀의 방향 그리고 우리 서비스의 방향까지 봐야 하는 위치가 되었습니다.

디자이너로서의 커리어나 방향은 분명한 반면 서비스 책임자, 팀을 이끄는 리더로서의 커리어는 아직도 어렵고 서툴기만 합니다.

팀원이 스스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당히 참견해야 하고 어떻게 하면 다들 즐겁게 일할 수 있을지, 연봉을 더 높여주기 위한 수익모델은 어떻게 구현해야 할지 많이 생각합니다..

10년 차 직장생활에서 또 하나의 새로운 직업과 위치를 갖게 된 저는
앞으로 좋은 팀을 만들고 우리가 만든 서비스로 팀원들이 불안하지 않은 라이프를 꾸려갈 수 있도록 탄탄하게 만들고 싶습니다.

페이스북의 셰릴 샌드버드가 2012년 하버드 비즈니스 스쿨 졸업 축사 연사로 한 말로 글을 열어보려 합니다. ‘커리어는 더 이상 사다리가 아니다 정글짐 같은 것이다. 이제는 일을 하면서 기회를, 성장을, 임팩트를, 그리고 미션을 찾아야 하며 그 과정에서 정글짐을 타듯 옆으로 움직이기도 하고 시작하기도 하고 그만두기도 해야 한다’ 

 

요즘 제 상황에 아주 적합한 말이 아닌가 싶습니다. 사다리처럼 정해진 길을 가는 게 아니라 정글짐처럼 여기저기 시도하고 도전하고 있기 때문이죠. 제너럴리스트라 할지라도 커리어는 정글짐처럼 이동하게 됩니다. 일을 하지만 여기저기 기웃거리며 새로운 도전을 합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며 새로운 역량을 키워갑니다. 이 과정을 통해 얻고 싶은 게 있다면 정글짐을 꽤 잘 타는 사람이 되는 겁니다. 사다리와 달리 정글짐은 좌우로 이동하기도 하고, 오르락내리락하기도 합니다. 자칫 잘못하면 떨어질 수 있죠. 어릴 때 정글짐을 잘 타는 친구들의 특징은 거침없이 이동한다는 겁니다. 머뭇거리면 외려 이동하기가 어렵습니다. 밑으로도 내려가고 틈 사이로도 이동하고 올라가기도 해야 하는데 머뭇거리면 이동하기 어렵습니다. 이처럼 커리어라는 정글짐도 마찬가지입니다. 시도하는 겁니다. 제일 젊을 지금 이때 시도해야 합니다. 

 

무한도전이 종영하고 ‘놀면 뭐하니’를 준비할 때 유재석 님이 이런 말을 합니다. ‘여하튼 시행착오를 했으면 좋겠어. 하지만 좋은 시행착오를 하면 좋겠어’ 맞아요. 시도하지 않으면 개선이 이뤄지지 않습니다. 어떤 커리어를 그리고 있다 말하긴 어렵지만 한 가지 확실한 건 저는 지금 시도하고 있고 정글짐을 잘 타기 위해 거침없이 나아가고 있다는 겁니다.

 

오늘도 회사에서 일하며 커리어에 대한 고민을 했다.

카드 뉴스를 만들었다가, 예산을 점검했으며, 행사를 기획했다가 고객 문의사항을 처리했다.

하루에도 여러 종류에 일을 하다 보니 내가 진짜 잘할 수 있고, 잘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자연스럽게 찾아온다.

어느덧 퇴근 시간이 되어 몸은 집으로 향한다. 하지만 머릿속에는 일과 중에 미처 끝내지 못한 일들이 남아있다. 오늘 꼭 해내야겠다고 생각한 업무들을 처리할 시간 계획을 미리 하고 출근했지만 고스란히 집으로 들고 돌아오게 되었다.

허무한 기분이다.

쉴새없이 울리는 전화기와 메신저 알림은 덕분에 진짜 중요한 일은 하지 못하고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이 일들을 다 해내면 내겐 무엇이 남을까?

이 회사에 더 오래 남아 있으면 내겐 무엇이 남을까?

귀가하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다.

 

이력서에 쓸 경력은 한 줄, 두 줄 생겨가지만 어디가서 당당하게 내세울만한 능력은 없는 거 같아서 괜스레 마음이 헛헛하다.

일을 해 온 시간에 비해 결과물이 초라한 것 같아 마음이 헛헛하다.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까?

극복하기 위해 노력해야 괜찮아질까?

뭐가 맞는건지도 잘 모르겠다.

 

지금 회사는 네 번째 회사.

다섯 번째 회사...여섯 번째 회사... 시간이 지나면 더 나은 선택을 할 수 있게 될까?

아니면 이제 그만 하는게 맞을까?

세상은 넓다는데, 회사를 벗어난 길을 가볼까?

 

집에 가는길 머릿속에 물음표가 한가득이다.

내일도 똑같을거란 생각에 답답하기도, 오히려 계속 그럴 거란 생각에 의연하기도 하다.

내 커리어는 어디로 가게될까?

나만 이런 건가?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