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픔’과 ‘우울’은 가장 표현하기 어려운 감정입니다. 분명히 그 감정을 느낌에도 불구하고 어느 순간부터 타인과 함께 있으면 왜이렇게 드러내기 싫은지요. 함께있는 사람들에게 걱정끼치고 싶지 않은 마음일지, 타인에게 좋은 모습만 보이고 싶은건지 알 수 없습니다. 이는 가족은 물론 친구들 모두에게 적용 됐는데요. 안타깝게도 이게 습관이되어 정말로 슬퍼해야할 때를 놓쳐버리기도 했어요. 그러다 보니 몇 년 뒤 이 부정 감정은 집채만한 파도처럼 밀려왔습니다. 어느 날은 우울감에 하루종일 힘없이 누워있다가도 또 어느 날에는 의욕이 너무 넘쳐 일주일간 잠도 안자며 생산적인 일을 하기도 했지요. 몸과 마음이 건강하지 못한 나날들이었어요. 안타깝게도 직장 생활을 하면서 이 감정을 더 더욱 수면 아래로 묻게 되었어요.

 

 그러다 작년 어느 날 눈을 떠보니 이상했습니다. 질풍노도라는 무서운 소용돌이가 휩쓸어간 자리에는 아무런 생명체도 없었어요. 오직 나만이 있었어요. 문득 나만이 나를 지킬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때부터 저는 온전히 감정을 표현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아요. 힘든 상황이 있어도 끝까지 혼자 해결하고 말았던  과거와 달리, 주변 사람들에게 솔직하게 말하고 조언을 구하기 시작했어요. 답답해도 참고 그냥 누르던 과거와 달리 참지 않고 잠깐 나와서 울다 들어가고 말이에요. 슬플 때 울고, 힘들 때 힘들다 말하기 시작하고 부터 저는 진짜 제 모습으로 돌아온 것 같았어요. 

 

 사람이라면 기침, 딸국질, 좋아함을 숨기지 못하는 것 처럼 부정 감정도 숨기지 않고 표현하니 한결 좋아요. 그래도 저는 긍정어의 힘을 믿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부정 감정을 얘기하고 ‘그래도 나아질 게 분명해!’ 혹은 ‘나는 짱쎄서 괜찮아!’라는 긍정어를 굳이 말하곤 해요. 그러니 사랑하는 주변 사람들에게 투덜거리는 일도 적어졌어요. 역시, 나이는 시간의 흐름일 뿐 그저 투명한 어릴적의 나로 사는 게 가장 건강한 방법이에요.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