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글을 연달아 참여하면서 나의 미루는 습관은 매차 개선되기는 커녕 더 안 좋아진 거 같다. 최근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 성향이 강하다는 것을 몇 달전 <대화의 희열>이라는 프로그램에 오은영 선생님편에 패널로 나온 기자님 덕에 알게 됐는데 자기 자신의 싫어 하는 모습 중에 최대한 미룰 수 있을 만큼 미뤘다가 ‘이제 안하면 죽음이다’이 극한의 긴장감을 한 껏 올려 죽지 않으려고 겨우 한다는 것이다. 긴장감을 삶의 근원적인 에너지로 사용하면서 죽음에 가까운 긴장이 없으면 아무것도 못하게 된다고 했다. 나는 그 긴장감이 없으면 못하는 게 아니고 이젠 아예 무언가 하지를 않는 지경까지 간 거 같다.

 

나는 내가 되게 게으른 줄 알았는데 미루는 것이 사실 굉장히 잘하고 싶은 마음 때문이라는 것을 알았다. 잘하고 싶은 기준이 높아서 ‘제대로 못해서 적당히 해서 창피해질 바에는 차라리 안하는 게 낫겠다.’ 라는 마음 때문에 시작을 하지 않는 다는 것이다. 완벽하지 못할 거란 두려움에 아예 시작을 미루는 것이라니….너무 팩트폭행 당한 기분이 들었다. 혼자 오래 살게 되면서 나의 이 단점은 고질병이 되어버렸는데 이제는 무엇을 하기 위해서는 그 놈의 ‘완벽한 타이밍’을 찾으려고 한다. 그래서 무언가 실행하는데 상당히 오래 걸린다. 짜투리 시간을 충분히 활용해서 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생각해 보면  머릿속에서 해야할 일을 생각하지 않는 시간이 없는 것 같다. 마음도 불편하고 노는게 노는게 아니고 쉬는 게 쉬는 게 아닌데 그러면서도 마음 다잡고 시작을 못한다. 겉으로 보기에는 미루는 것 같아 보이지만 고통받는 머리와 심리가 이미 일하고 있다. 이 단점을 개선하기 위해서는‘데드라인’인 죽음의 라인이 아니라 ‘라이프라인’인 삶의 선으로 바꾸라는 말이 참 와닿았다. 

 

앞으로는 금방 금방 할 수 있는 것을 짜투리 시간을 활용해 미리 끝내 놓고 후에 편하게 다른 것을 하는 여유를 갖는 경험을 차곡히 쌓아서 안 좋은 버릇을 고쳐야 겠다. 앞으로는 얼릉 할 것 하고 치워버리자! 라는 마음으로 하기. 생각하기 전에 몸부터 움직이기. 이렇게 내가 부정적으로 생각하는 나의 태도를 나의 긍정적인 면으로 발전 시키는 경험을 많이 쌓기로 했다. ‘잘하고자 하는 마음’도 인정해 주고, 미루지 않고 ‘바로 실행하는 나’를 칭찬해 줘야지. 나 새끼 화이팅!

 

나의 약점이라 하면, 아무래도 남들과 다른 조건이나 비교되는 특성보다는 

약점을 직면하지 못하는 태도일 것이라고... 생각한다. 남들이 약점이라고 생각하는 부분을 가감없이 드러내는 사람을 좋아한다. 아무렇지 않게 드러낼 때 비로소 약점은 제 역할을 잃는다는 사실을 알고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내가 이 글을 쓰기 어려운 건 어쩔 수 없다고 생각한다. 머리로 아는 것과 행동으로 옮기는 것은 다른 차원의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남의 반응에 무뎌지기엔 어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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