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을 생각할 때 스스로에게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은지 되묻고는 한다.

 

이런 질문을 시작하게 된 이유가 있는데, 그건 바로 예전 회사에서 있었던 일 때문이다.

당시 다니던 회사는 열댓 명 남짓의 작은 규모였고, 매일 성장이라는 단어를 수십 번 듣게 되는 스타트업이었다.

일이 정말 끝도 없이 쏟아졌고, 이 일들의 끝이 어디인지, 지금 하는 일들이 정말 성장으로 연결될 수 있는지 의문이 가득한 매일의 연속이었다. 반복되는 야근으로 지칠 대로 지친 어느 날, 대표와 면담을 하게 되었다.

 

나 : 대표님, 매번 성장, 성장 하는데 도대체 어디까지 성장해야 되는 건가요? 우리의 목표는 끝이 없나요? 잠깐이라도 쉬어갈 수 있는 지점은 없을까요?
대표 : 끝이 없죠. 계속 성장해야되요. 우리가 죽을 때까지 성장해야 되고 우리가 죽으면 뒤에 사람들이 계속 성장시켜야지요.
나 : 네… 그렇군요. 끝이 없는 성장…

 

이 면담은 내게 성장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회사뿐만 아니라 개인의 삶에서도 성장이란 단어를 너무 남용하지는 않았나? 바람직한 인생의 목적은 바로 성장에 있고, 우리는 끊임없이 성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프레임이(내가 학습되어온) 내 목을 조여 오는 것만 같았다.

 

이 때의 경험 이후로 나는 성장을 생각할 때 어디까지 성장하고 싶은지 묻는 버릇이 생겼다. 속도를 조절하고, 현재를 만끽하며 때로는 빨리, 때로는 천천히 목표한 곳을 향해 가는 법을 연습하고 있다. 내가 정한 목표지점에 도착하면 그때 또 성장하고 싶은 목표를 정해 본다. 그게 내가 더 건강하고 오래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믿는다. 

 

나는 성장하고 싶다. 업적인 성장은 성장의 여러 분야 중 하나일 뿐이다. 제너럴리스트로 성장하든, 스페셜리스트로 성장하든 크게 중요치 않다. 어떤 모습이든 성장하고 싶은 이유는 더 나은 내가 되고 싶기 때문이다. 더 나은 내가 지금의 나보다 세상에 더 이로울 거라고 믿는다. 나는 세상을 더 이롭게 만드는 삶을 사는 것이 가치 있다고 믿고, 그렇기 때문에 성장하고 싶다.

 

제너럴리스트든, 스페셜리스트든 성장은 인간이 가진 욕구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계속 성장하고 싶다고 답하고 싶네요. 하지만 성장을 위해 끊임없이 나를 몰아세우고 싶진 않습니다. 때로는 나에게 게으름을 허락해주면서 살고 싶습니다. 여유와 여백이 있어야 호흡할 수 있기 때문이죠. 결국 균형이 중요하다는 얘기를 하고 싶었습니다. 다시 성장이란 얘기로 돌아갈게요. 성장하고 싶습니다. 오늘의 나보다 나은 내가 되고 싶은 욕구가 있습니다. 누구를 짓밟고 일어서는 성장이 아니라 모두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습니다. 자본주의에서 성장은 누군가를 짓밟는 것을 의미하는 거 같습니다. 

 

성장해서 살아남지 못하면 누군가에게 잡아 먹히는 구조니 까요. 이 구조를 바꿀 수 있지 않을까요? 얼마 전 종영한 ‘싱어게인’이란 오디션 프로그램이 종영했습니다. 인기를 끌었고 이승윤 님이란 분이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이승윤 님의 부친은 목사님이십니다. 그분이 한 말이 인상 깊어 남기려 합니다. 정확한 문장과 단어는 아니고 뉘앙스를 기억해서 적어볼게요. 

 

‘100미터 달리기를 하면 1등이 한 명 나오죠. 줄세우기 밖에 되지 않습니다. 이런 구조 속에서는 누구는 승리자 누구는 패배자가 됩니다. 하지만 동그랗게 모여서 각자의 자리로 달려간다면 누구나 1등이 될 수 있습니다. 승리자와 패배자가 없습니다’ 

 

100미터 달리기처럼 네모와 직선으로 성장하는 게 아닌, 동그랗게 앉아서 각자의 목표를 향해 달려간다면 누군가를 짓밟지 않고도 자신의 성장을 달성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너무 유토피아적인 얘기인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제너럴리스트로서 성장한다면 조금 더 나은 나 자신이 되고 싶다면 시도해봄직한 구조가 아닐까요?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지 궁금하네요

 

+ Recent posts